커피 잔에 흐르는 라흐마나노프의 로맨틱한 피아노 선율 | ||
가을의 낭만 더 깊게 즐길만한 클래식 카페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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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책을 읽는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낙엽이 뒹구는 계절이면 더 ‘센티’해진다. 그래서 커피와 클래식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카페는 의외로 많지 않다. 서울만 해도 서너 군데에 불과하다. 클래식을 여전히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일지 모른다. 깊어가는 가을에 서울 시내와 근교의 가볼 만한 클래식 카페들을 소개한다.
# 세련된 기교의 아리아… 살롱 드 칼라스 지난해 9월 서울 대치동에 문을 연 ‘살롱 드 칼라스’는 공연장과 카페가 결합한 본격 클래식 공간이다. 지하에 전문 공연장인 ‘마리아 칼라스 홀’을 운영하며 공연 단체와 음악 동호회에 빌려 준다. 최고의 프리마 돈나였던 마리아 칼라스의 이름을 따온 데서 보듯 이 카페는 소리에 신경을 썼다. 오디오 시설과 각종 악기를 최고급 수준으로 구비했고,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음향 상태를 점검한다. 덕분에 클래식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개장 일 년 만에 강남 일대 클래식의 메카로 떠올랐다.‘마리아 칼라스 홀’은 이미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 카페에 들어서면 먼저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수백 편의 오페라 공연 DVD와 클래식 음반이 눈길을 붙든다. 다 들으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릴 정도다.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중앙 무대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콘셉트를 따왔고, 테이블도 클래식 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배치했다. 낮에는 클래식을 틀지만 밤 9시 이후에는 재즈가 연주된다. 얼마 전부터 와인바를 마련하면서 재즈를 찾는 와인 마니아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강남 일대 기업 CEO나 회사원들이 주로 찾는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단골이다. 삼성역에서 대치동 방면으로 10분 거리. 커피 8000∼9000원, 와인(병) 6만∼60만원. (02)550-8796
#고전적인 다방 분위기…미네르바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1975년 문을 연 이래 오직 클래식만 고집하는 카페다. 나무로 된 2층 계단에 올라서면 원두커피 향과 클래식이 뒤섞여 오감을 자극한다. 명성에 비해 공간은 넓지 않다. 마치 자그마한 다락방에 올라온 느낌이다. 사방이 나무 벽이라 오래된 느낌이 더한다. 가구와 테이블, 각종 장식품은 75년 이래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새로 바꾼 건 테이블보뿐이다. 체크무늬 테이블보마다 놓인 LP판도 역사가 깊다. 낡은 레코드판은 설탕이며 양초, 쿠키 바구니를 올려놓는 받침대로 쓰인다. 예전에는 문화 예술인들이나 운동권 학생들의 근거지였다는데, 요즘은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을 깔고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좋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곡이 따로 있을까. ‘미네르바’에서 일 년 정도 일한 최수잔나(23)씨는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들이 많아서 그런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많이 신청한다”고 귀띔한다. 원두커피 전문점답게 커피 맛도 일품이다. 이 카페는 사이펀기구를 이용해 테이블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지하철 신촌역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올라가다 이대 방면으로 우회전. 다른 가게들 간판과 뒤섞여 있으니 눈을 크게 떠야 찾을 수 있다. 원두커피 4000∼5000원. (02)3147-1327
# 클래식 감상의 보루… 신포니아 봉천동에 있는 ‘신포니아’는 카페라기보다 음악감상실에 가깝다. 내부도 클래식 감상에 적합하도록 꾸몄다. 방음 처리된 벽은 소리가 분산되지 않도록 막아주며 창문이 없는 지하 공간은 손님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바이올린 연주자의 손이 옷깃을 스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될 정도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장통 옆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10년째 ‘신포니아’를 운영 중인 이경의(64)씨는 “옛날엔 클래식을 같이 들었다면 지금은 혼자 듣는 시대”라며 “서로 모여 느낌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시작했다”고 말한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연주회나 음악감상 모임이 자주 열린다. 멀리 광주나 진주에서도 찾는 이가 많다. 첼리스트 장한나도 이곳을 방문했다. 금요 상설 오페라 극장이나 토요 감상회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신포니아’는 손님들이 가져 온 음반도 자주 틀어준다. 평소 주위에 방해될까봐 큰 소리로 감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서다. 낡은 LP판을 가져가면 CD로 복각도 해준다. 7호선 숭실대역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두산아파트 후문서 하차. 맞은편 선샤인빌딩 지하 1층. 감상료 5000원. 커피는 무제한 제공된다. 대관료(3시간 기준)는 6만∼10만원. (02)886-6842 서울 근교에는 클래식 카페들이 여럿 있다.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카메라타(031-957-3369)’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클래식 감상실. 황씨가 방송 생활 30여년 동안 수집해 온 1만여장의 LP판과 턴테이블을 1930년대식 스피커와 진공관 엠프로 들을 수 있는 클래식 명소다. 경기 광주에 있는 ‘더 클래식(031-797-2009)’은 이 지역에서 유일한 클래식 카페다. 고양시의 ‘에피소디아(031-965-7611)’, 일산의 ‘돌체(031-902-4953)’도 유명하다. ‘커피 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북한강변의 ‘왈츠와 닥터만(031-576-0020)’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클래식 음악회를 연다.
글·사진=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
2007.11.01 (목) 1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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