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국립발레단의 '백조의호수' 후기 [03/05/03]

classicalboy 2007. 8. 20. 21:18
연일 계속되는 어둠의 비 사이를 뚫고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술의전당 10주년과 맞물려 야심차게 준비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러갔다. 오페라 하우스와 음악당 사이의 시원하게 새단장한 분수는 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해주는 촉매였다. 그리고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솟아오르는 물줄기들은 낭만 그 자체였다.

토요일 오전근무가 끝나고 회사동료인 은주씨랑 그의 친구분(이름 모름)과 함께 찾은 예술의 전당에서 난 적잖은 감회를 느꼈다. 올해들어 처음 찾는 것이기도 했거니와 위에서도 말했듯이 날시가 무지 좋았음... 사진도 많이 찍고...

그럼 이번공연에 대해서 말해보자..

일시,장소 : 2003년 5월 3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시 간 : 오후 7시


--------------------------------
오데뜨/오딜 : 김주원
지크프리트 : 이원철
로스바르트(악마) : 정주영
광대(지크프리트의 시종) : 김인경


外 국립발레단원 +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 최승한)


먼저 반주를 맡은 코리안 심포니에 대해 언급하겠다. 뭐 국립발레단 하면 코리안 심포니가 항상 함께했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용수들과 조화를 잘 이룬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템포와 강약의 조절을 한 것에서는 거의 완벽하다 싶을정도로 밀집력이 있었다. 다만 아쉬운것은 항상 그렇듯이 오케스트라 박스의 협소함으로 인한 사운드의 빈약함이다. 예술의 전당은 언제나 개보수에 들어갈지...!!!

[1막과 2막]
지크프리트왕자의 생일겸 성인식이다. 왕자는 그 증표로 칼과 활을 받는다. 그리고 여자들과 춤도 추고, 축배의 잔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축제가 살질 즈음, 그는 이상한 감정을느낀다. 바로 악마(로스바르트)와의 2인무를 추게 되는 장면이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작품으로 원전안무가 50%정도 사용되고 나머진 스스로가 창안한 작품이다. 그의 안무에선 악마가 지크프리트의 또다른 내면의 세계를 나타내준다. 즉, 원작에선 지크프리트를 순수하게 착한 왕자로 그리고 있지만, 이 안무에선 착한 마음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한 본성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크프리트가 흑조 오딜에게 청혼한것은 속았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보아야 할것 같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백조의 테마가 흐르면서 백조들이 등장한다. 지크프리트는 우두머리격인 오데뜨를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고 사랑을 맹세한다. (그런데도 나중에 흑조의 요염함에 넘어간것은 남성들의 본성을 나타낸다. ㅉㅉㅉ)

이 장면에서 24마리 백조들은 중구난방이다. 대열이 넘 흐트러졌고 손동작 몸동작도 넘 불일치 했다. 국립발레단이 망해가고 있다는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그나마 나의 이런 생각을 불식시켜준 사람은, 바로 김주원이다. 그녀의 오데뜨는 한마리 백조였다. 다른 무용수와는 현저히 차이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동작과 몸짓....(김주원 환상 벗어나기~~~)

[3막과 4막]
지크프리트를 위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그의 어머니는 신부감을 고르라고 한다. 그녀들은 바로 이들이다. (다 공주들..... 부러버라~~~) - 헝가리 공주(오자현), 러시안 공주(박신영), 스페인 공주(전효정), 나폴리 공주(홍정민),폴란드 공주(노보연) - 이 공주들은 각자 나라들의 춤을 선보이며 왕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왕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위의 5명의 무용수들은 좋은춤을 보여주었다. 특히 박신영의 기교와, 전효정의 발랄함, 노보연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이상한 것은 홍정민은 올해 주역무용수가 되었으나 주역발탁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비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공주들의춤이 끝나고 왕자는 마지못해 그들과 가벼운 춤을 추며 어머니인 왕비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면서도 맘 속엔 오로지 오데뜨 뿐이다.

이때 갑자기 등장하는 악마와 그의 딸 흑조 오딜..... 오딜은 등장하자마자 현란한 춤으로 왕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크프리트와 악마 그리고 오딜은 3인무를 춘다.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본성과 내면의 무의식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윽고, 왕자는 오딜에게 매혹당해 사랑의 2인무를 추게 된다. 바로 그 유명한 그랑 파드되(확장된 2인무)가 나오는 장면이다. 먼저 왕자와 오딜은 기쁨의 춤을 춘다. 오딜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기뻐하지만, 왕자는 오딜의 매혹에 넘어간 환상이었을 것이다. 이젠 왕자의 독무이다. 이원철은 힘찬 도약과 안정된 착지로 인상적인 춤을 보여주었다. 국립발레단에서 발굴한 차기 주역감임이 확실하다. 이젠 오딜의 독무이다. 현란한 매혹적인 춤이 계속된다. 그리곤 다시 왕자의 독무가 잠시 흐르고 그 유명한 흑조 오딜의 푸에떼가 나온다.(32회전) 김주원은 안정된 푸에떼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팔다리에 힘이 들어간 느낌 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와 더 큰 감동을 주었다.(역시 김주원~~) 다시 왕자와 오딜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파드되는 끝마친다.

이때 갑자기 슬픔을 호소하는 오데뜨의 환영이 비추어지고, 왕자는 이제서야 제정신을 차린다.(원작에선 왕자가 오딜에게 속았음을 깨닫는다는 내용. 이 안무에선 왕자 자신이 내면의 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봐야 할것 같다. - 정재희 생각 -) 아무튼 지크프리트는 괴롭다.

조용히 다시 음악이 흐르며 4막이 시작된다. 백조들은 슬프다. 그중에서도 오데뜨는 더욱 슬프다. 사랑의 배신과 그로 인하여 다시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왕자는 용서를 빈다. 그러나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데뜨.... 하지만 악마의 등장으로 오데뜨도 그간의 일을 알게되고, 둘은 악마를 몰리친다. 즉 헤피엔딩이다.

이젠 전체적인 공연을 살펴보겠다. 이 안무는 철학의 깊이가 실려있다. 즉 동화같은 내용에 철학을 심은것이다. 원전 안무는 동화 그자체였다. 하지만 안무가 유리 그로가비치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작품에 접근했다. 그래서 탄생한것이 지크프리트의 내면을 나타낸 악마 로스바르트였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원전 안무는 동화적으로 가듣차 있다. 그래서 춤 속에 많은 마임이 섞여있다. 하지만 이 안무에서는 그런 마임들을 춤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원전보다는 재미가 없다. 화려함,이쁨 보다는 그 내면의 철학을 살린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였다.

마지막 헤피엔딩의 구성은 좀 엉성했다. 악마와 지크프리트의 대결도 그리 선명하게 부각되지 못했고, 오데뜨가 악마를 물리치는 장면도 설들력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진짜 엉성했다. 공연 중 제일 실망한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그래도 좋은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발전되는 발레단이길 바라며, ~~~ [2003년 5월 5일에 정재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