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브람스, 정명훈) [06/11/17]

classicalboy 2007. 8. 20. 21:57
저녁 7:30. 세종문화회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매니아들에겐 설레이는 이름이다.
그들이 내한을 한다. 그것도 정명훈의 지휘로!
과연 정명훈이 콧대 높은 독일의 악단이며, 세계 최고의 악단인 그들을 제대로 지휘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일류급 악단을 불러놓고 한국인 음악가를 같다붙여 이익을 도모하려는 술책이 아닌가도 생각했었지만 ‘뭐 정명훈 쯤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이날만을 기다렸었다.

세종문화회관은 정말 크다. 자주 가지만 갈 때마다 느낀다. 이번엔 2층 객석 뒤부분에 앉았었는데 이곳은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위로 3층 객석이 막고 있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개보수 하였음에도 여전히 앞 의자에 내 무릎이 닿았다.

브람스 1번.
1악장 시작은 중후하고 느린 것이 묵직한 느낌으로 시작되었다. 쥴리니의 음반보다도 더 느렸던 것 같다. 이어진 2,3악장은 내가 한심하게 졸았기 때문에 뭐라 쓸 말이 없다. 다만 여전히 느린템포에 중후함이 느껴졌었다는 느낌만 있다. 요즘 음악회에 가면 초반부는 항상 존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
4악장에 들어서자 뭔가 힘있는 느낌이 가미되더니 중후반에 가서는 특유의 휘몰아치는 전개가 시작되었다. 지난번 정명훈 카페에서 어느 분이 올려주셨던 브람스 2번의 4악장에서 느꼈었던 그런 느낌이었다. ‘브람스도 이렇게 연주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실연으로 그가 내 앞에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음이 종료되자 박수세례가 시작되었으나 의외로 정명훈은 덤덤한 모습이었다.

휴식

브람스 4번.
이번엔 하나도 조는 것 없이 음악에 몰입했다.
1악장 시작은은 역시 중후한 느낌. 가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 4번의 1악장은 내가 좋아하는 악장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2악장은 목관악기의 아름다움이 많이 배어있다. 플루트, 틀라리넷, 바순 등의 목관과 현의 반주가 참 인상적이었다.
3악장은 힘찬 부분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으며, 하나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명훈의 지휘를 따라갔다. 역시 일류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지휘로 서울시향이 했으면 많이 흐트러졌을 것이다.
4악장. 힘찬 호른의 서주로 시작한다. 뭔가 이별의 느낌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멋진 악장이다. 집에서도 브람스가 듣고 싶을 땐 자주 꺼내는 곡이다. 서정미의 극치라고 해야할까? 4악장에서도 힘있고 빠른 템포를 유지하며, 또한 맺고 끊음이 분명한 명연이었다는 생각이다.

끊이지 않는 박수와 갈채에 헝가리 무곡1번을 앙콜로 연주하였으며, 정명훈은 객석 근처에 와서 악단을 바라보며 청중들과 같이 악단의 노고에 보답하였다. 마지막엔 스스로 악장을 끌고 들어가버리는 퍼포먼스까지~ 그만큼 청중들은 이번 연주에 만족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들의 색체를 말할 때 벨벳같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느낌이 어떤지를 이번에야 알았다. 그리고 현의 부드러움이 어떤 것인지를 느낀 연주였다.

정명훈은 분명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장악했고, 자신의 해석을 그들이 따라와주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고클에 쓰신 다른 분들의 후기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정명훈. 비록 그가 카랴얀이나 푸르프뱅글러, 토스카니니 등처럼 초일류급 이름을 떨치고 있진 않지만 음악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음엔 틀림없는것 같다. 세계 유수의 악단들을 항상 지휘하고 있으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일류급 악단의 수장을 맡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의 이름을 더 떨치기 위해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