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 에센바흐 [05/06/07]

classicalboy 2007. 8. 20. 21:43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다. 초일류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지만 2류 아닌 1류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금호문화재단의 박성용 이사장이 공연을 며칠 앞두고 고인이 되셨기에,
이를 추모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차원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의 아다지오 악장을 본 연주에 앞서 연주하였다.
에센바흐는 마이크를 들고 입장하여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멘트를 하였고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 소위 말하는 ‘필레델피아 사운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현의 우려함이 돋보였다. 아다지오 악장이 이렇게 새롭게 느껴질 줄이야~~
음악이 끝나고 박수가 안나왔으면 싶었지만, 10여초의 여백이 흐른 뒤 박수는 우뢰와 같이 쏟아졌다. 카라얀 추도연주회시 모든 청중들이 박수는 생략한 채 기립하고 묵념을 했었다는 일화가 떠올랐었다. 다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연주 전에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는 공연 주최측의 멘트가 있었어야 했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제 본 연주에 들어간다.
데이비드 김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얼린 협주곡.
데이비드 김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다. 1999년부터라고 한다. 자랑스런 일이다.
그는 기복이 심하지 않고 무난한 해석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감정을 최대한 줄이고 곡에 충실하려 했던 것 같다.
오케스트라와의 협력도 좋아서 레코딩을 듣는 기분이었다.
힘찬 클라이막스에 이은 쏟아지는 박수갈채... 앙콜을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연주회장이 밝아짐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 그들의 신뢰가 두터움을 느꼈다.

드디어 기다리던 말러1번.
데이비드 김은 협연을 하고도 악장의 임무를 맡아 다시 무대에 나왔다. 뜻밖이었다.
기본의 오케스트라 배치가 아닌 독특한 배치를 보였다.
호른을 제외한 나머지 금관악기들은 무대 오른쪽 뒤편에 위치,
콘트라베이스가 보통 무대 뒤편 우측인데 비해 이날은 좌측에 있었고,
제1바이얼린 옆으로 비올라와 첼로가 앞뒤로 나란히 배치되었다.
특이하긴 하다.

연주의 시작이다.
현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목관의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으며,
금관의 소리도 여린 부분부터 힘찬 부분까지 완벽한 음을 들려주었다.
우리나라의 금관에 비하면 정말 부러운 부분이다.
혼연일체란 말이 어울릴 듯하다.
에센바흐의 지휘는 절제가 있으면서도 아바도처럼 각가의 파트에 세밀한 지시를 보이고 있었다.
거장은 거장이다. Maestro.
멋진 연주엔 환호성이 끊이질 않는다.
기립했다. 나도 했다.
그런 열화와 같은 박수는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감동 두 배..
마지막 음이 사라지면서 바로 ‘브라보’, ‘와~’ 하면서 환호성이 터지는데...
환상적인 음악회였다.

연주 중간 중간에 기침소리가 평소보다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 겨울도 아닌데~

또 소위 VIP들은 왜 음악당 앞마당 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서 차타고 나가는건지~
주차장과 거리가 먼 것도 아니고...
몸이 불편하신 분은 딱 한명 있더만...
우리나라 아직 선진국 되려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