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8번 후기 [03/05/31]

classicalboy 2007. 8. 20. 21:19
출장을 다녀오는 날 이른 시간부터 공연시간만을 기다렸다.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들과,
그 속에서 천진하게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기다림도 훌쩍 지났다.

매진사례를 이룬 기념비적이라 할 만한 공연답게,
음악당 안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3층까지 가득 매운 광경을 바라보면서,
비록 나도 한명의 관객에 지나지 않지만,
황홀함을 느꼈다.

1부의 첫 울림이 오르간으로부터 시각�다.
이에 바로 화답하듯이 시작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오소서! 창조의 령이시어!'가 시작되었다.
내가 음반으로 접하던것과는 달리,
1부의 진행은 빠른템포였다.
시종일관 휘몰아치는듯한 울림은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를정도였다.
음반으로는 접할수 없는 그 웅대한 사운드에 압도당했고,
총 연주자가 400 여명은 족히 될것 같은 인원임에도
일사불란하게 총주를 행해 내닫는 그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였다.

2부는 실내악을 연주하듯이 느긋하게 시작된다.
1부의 그 휘몰아침과는 달리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이다.
점차 독창진과 합창단이 어울어지고,
파우스트의 구원을 노래하는 독창진들이 역량을 과시한다.
이젠 파우스트도 구언을 얻었다.
이에 어린이 합창단의 천사의 목소리와 함께 총주만을 남겨두고있다.
구원을 감사하는 총주부분은 여리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차 확대되는 진행이다.
여린 합창단의 소리로부터 시작되지만 점차 독창진과 오케스트라가 포르테로 전환되면서 마지막의 총주부가 울린다.

이렇게 곡은 끝났지만 이 감동을 억누르지 못한듯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박수만 15분여... 족히 일반적인 교향곡의 한악장을 연주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난 처음으로 기립한채로 박수를 쳐댔다.
그만큼 나에겐 황홀한 연주였다.

3층의 꼭대기서 들려오는 총주부분에서의 브라스 밴드의 황홍한 트럼펫.. 잊을 수가 없다.
그들에게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지휘자 임헌정 선생님의 제스쳐도 일품이었지만,
그보다 현악주자들에게 소리를 낮추라고 지시하는 목소리가 살짝 들려올때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간혹 독창진의 목소리가 너무 작다는 아쉬움과, 관악기들의 불균형,
그리고 독창진과 오케스트라의 불균형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연주를 들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연주가 끝나고도 음악당 밖에선 조명과 어울어진 분수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사람들은 선뜻 그 자리를 지나칠 수 없었다.
공연의 잔상이 아마도 머리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리라...
나도그러했으니 말이다.
분수대 앞에서 20 여분을 서성이다 집으로 향했다.

지휘자 암헌정 선생님은 건강이 많이 좋아지신듯,
지난 7번때까지만 해도 의자에 앉아서 지휘를 하셨는데,
이번엔 시종일관 서서 혼신을 다하시는 모습이었다.
그의 지휘도 압도적이다.

이젠 대장정의 마지막이 보인다.
9번이 9월에 있다.
절대 놓쳐서는 안될 공연이다.
1,2,5번을 놓친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특히 2번 '부활'을 놓친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될것이다.
난 그때 무얼하고있었던가~~~

이번 공연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힘들다.
그러나 누군가가 꼭 한마디만 하라면,
난 주저않고 바로 말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석고상이 되어도 좋을만큼 황홀했었다.' 고~~~

임헌정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