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국립발레단 '2003 스페셜 갈라' 후기 [03/01/11]

classicalboy 2007. 8. 20. 21:17
일시 : 2003.01.11(토), PM.7:00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출연진 : 국립발레단

정말 말이 필요 없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희열, 열정이 살아있는 무대였다. 2001년에 있었던 정명훈의 아시아 필하모닉 연주에 이어 느껴본 살아있는 무대였다. 주역, 비 주역을 떠나 국립발레단의 모든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해야할까?
이제 간단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백조의 호수 中 1막의 아다지오
[오데트 : 김세연, 지크프리트 : 스타니슬라브 벨야브스키]
벨야브스키는 2002년 3월에 있었던 유니버셜의 공연 때 처음 접했던 발레리노다. 그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때문이었을까, 그 후 유니버셜발레단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때 초청했었고, 이번엔 국립발레단에서도 초청하였다. 그의 점프와 도약은 우아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힘있고 박력 있는 무용이 아닌 남성도 우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김세연은 유니버셜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를 지냈던 무용수이다. 미모도 뛰어나고 발레도 잘한단다. 그의 모습은 오늘 처음 보았다. 중간에 남성무용수와의 호흡 불일치로 작은 실수(버벅거림)를 한 것을 제외하곤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2. 탈리스만 中 그랑 파드되
[전효정, 정주영]
이들이 보여준 무대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라고 해야할 것 같다. 전효정의 무용은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연기력의 부족에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의 푸에테는 좋았다. 그러나 바람의 신을 유혹하는 님프로 보기엔 호소력이 부족했다.
정주영은 키도 크고 몸매도 좋다. 하지만 아직은 기본기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약도 힘이 없이 보였으며 회전에서도 흔들림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의 파트너쉽은 좀 불일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파이팅!!

3. 돈키호테 中 3막의 결혼식 파드되
[키트리 : 박연정, 바질 : 이종필]
박연정은 2003년에 새로이 입단한 새내기라 한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종필은 지난번 해설이 있는 발레 때 좋은 인상을 준 발레리노다. 그의 무용은 벨야브스키와는 다르게 힘있고 남성미가 넘친다. 바질 역에 어울린다. 그가 추는 '석화', '해적' 등은 매우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모습이었다.

4. 로미오와 줄리엣 中 발코니 2인무
[줄리엣 : 김주원, 로미오 : 장운규]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무대였다. 내가 이번 공연을 꼭 보아야만 했던 이유도 이 무대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0월의 공연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늦게 도착해 1막의 20여분을 보지 못했었던 기억, 그들이 보여줬던 2인무의 기억 등등...
역시 우리나라 최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흔들림 없는 동작, 연기자 같은 연기력, 거기에 무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까지... 정말 완벽했다.
줄리엣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로미오의 춤을 발코니 위에서 천진하게 지켜보던 줄리엣의 그 표정. 잊혀지지 않는다. 김주원을 영화계로!!!! (내 주장~~)
마침내 줄리엣도 로미오의 열정을 받아들인다. 둘의 춤은 하이라이트로 향한다. 키스장면, 사랑의 속삭임 등등 명작면이 연출되는 가운데, 내 두 눈의 가장자리엔 어느새 가는줄기의 눈물이!!!! 아~~ 다시 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장면들이여....(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춤은 항상 나를 감상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역시 환호성은 대단했다. 그들의 춤은 그런 박수를 받을만 했다.

5. 스파르타쿠의 中 아피아 가도, 프리기아 와의 2인무
[스파르타쿠스 : 이원국, 프리기아 : 김애정]
2001년 8월에 있었던 이 작품을 통해 발레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또한 발레라는 예술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아피아가도는 정말 남성무용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검투사들, 목동들이 모여 스파르타쿠스의 봉기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공연을 녹화한 것을 볼때면 이 장면에 매료된다. 하차투리안의 힘있는 음악에 남성무용수들의 힘있는 동작들은 정말 일품이다.
이원국과 김애정이 보여준 2인무는 조금은 실망... 이원국은 몸이 덜 풀린 듯 보였고, 김애정은 외운 동작들을 풀어나가기에 급급해 보였다. 이원국의 회전은 흔들렸고, 뭔가 불안해보였다. 또한 김애정은 내가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발레리나이기에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을 했지뭐야!!!(2003년부턴 국립발레단의 객원 솔리스트로 활동한단다.)
또한 음악을 너무 많이 짜집기 해 아피아가도와 2인무로 넘어가는 장면이 너무 어색했었다. 아마도 예술감독인 김긍수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암튼 이 명장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휴식 15분

6. 레이몬다 3막의 결혼식 피로연 中 두 남녀의 2인무를 중심으로 한 디베르티스망
[레이몬다 : 김주원, 장 드 브리앙 : 장운규]
다시 스타들의 무대로 이어졌다. 장운규의 도약은 기품이 있으며 그 안에 힘도 지니고 있었다. 김주원의 춤은 화려한 푸에테는 없었지만 고난도의 기술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동작은 하나하나 정확했고, 또한 깔끔했다. 목선부터 어깨를 지나 손끝까지 움직여주는 그의 몸놀림은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박수갈채를 받을 만 했다.

7. 잠자는 숲속의 미녀 中 그랑 파드되
[오로라 공주 : 김세연, 데지레 왕자 : 스타니슬라브 벨야브스키]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그랑 파드되였다. 김세연과 벨야브스키는 환상적인 파트너쉽을 보여주며 무대를 장악했다. 김세연의 32회전 푸에테는 정확했으며, 벨야브스키의 도약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김주원 혼자서 이끌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여성 주역무용수에 김세연이 가세해주길 기대한다.

8. 차이코프스키 파드되
[홍정민, 이원철]
백조의 호수와는 상관이 없는 작품이다. 원래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 中 흑조의 파드되에 넣으려 했던 곡이었는데, 출판되지 않아 잊혀졌던 것이 발견되어 조지 발란신이란 안무가가 안무한 것이다. 내용보단 음악에 따른 발레동작에 중점을 두고 안무한 작품으로 정말 화려하다.
홍정민과 이원철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원철은 힘있는 도약과 동작뿐 아니라 부드러움까지 보여주며 환호를 받았고, 홍정민도 32회전의 푸에테를 흔들림 없이 보여주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말 대단들 하다. 이원철은 계속되는 성공적인 무대로 아마도 이원국, 김용걸에 이은 장운규와 라이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9. 해적 中 메도라와 알리의 2인무
[메도라 : 얀첸, 알리 : 이영철]
중국인 무용수인 얀첸의 모습이 낮설어서인지 처음엔 청중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기교를 보여주며 완벽한 푸에테까지 성공하자 대단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파트너인 이영철에게도 인사를 하며 기분이 좋음을 나타내주어 보기가 좋았다.
이영철 또한 좋은 도약과 기교를 보여주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완전한 남성무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고 해야겠다.

10. 파키타 中 2막의 그랑 파드되
[파키타 : 강화혜, 루시앵 : 이원국]
강화혜의 모습은 너무 외소했다. 너무 마른 체격이 낮설기만 했다. 깡마른 그녀의 체격에서 나오는 동작들이 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이도 높은 동작들을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대 선배인 파트너 이원국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원국은 앞선 스파르타쿠스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한 동작, 깔끔한 회전, 우아한 모습 등등, 그의 모든 것을 단번에 보여주었다고 해야할 것 같다. 우리 나라 최고의 발레리노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을 모습이었다.


정말 대단한 공연이었다. 명장면들로 짜여진 무대였기에 발레에서 최고의 기교로 꼽히는 푸에테(32회전)를 4~5번이나 볼 수 있었다. 이런 기회는 다신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랑 파드되(확장된 2인무)가 대부분을 차지하였기에 남성무용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이원국, 장운규 뿐만 아니라, 이원철, 이영철, 이종필, 정주영 등 국립발레단의 남성무용수들이 '우리도 이만큼 한다' 라는걸 보여준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정말 훌륭했다.
아마도 이런 좋은 공연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있었던 리셉션에선 무용수들을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었다. 나이도 많은 것이 싸인 받겠다고 줄서선 이원국의 싸인을 받았다. 그리고 장운규의 싸인도 받았다. 기분이 좋은 하루다. 이원국과 장운규는 키도 크고 멋있었다. 남자인 내가봐도 멋지다. 하하~~ 자랑해야지!! 싸인 받았다고....!!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은 바로 앞에 지나가던 김주원의 싸인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주원!! 그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무대뿐 아니라 리셉션장에서도 넘 아름다웠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던 그녀의 싸인도 받지 못했단 말인가?!!!! 바보~~~~~바보~~~~!! (A형 성격 또 나왔지 뭐!!!)
다음기회엔 반다시(반드시)....~~~~!!!!


음... 암튼 좋은 공연에 기분 좋은 싸인까지 정말로 가슴 벅찬 하루였다. 이런 무대가 쉽지 않을 것은 알지만, 또 있을 그날을 기다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