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후기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후기 [02/10/26]
classicalboy
2007. 8. 20. 21:15
색다른 공연이었다.
우선 고전소설을 현대발레화 하였다는 점을 첫째로 꼽는다.
두 번째로 현대적인 춤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는 무대장치의 신비로움이었다.
위 공연은 다름 아닌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말하는 것이다.
1960년 태생의 프랑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안무로, 2000년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었다.
국립발레단의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서만 알고있었던 색다른 발레의 진수를 정말로 맛있게 맛보았다.
우선 무대장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무대와는 전혀 다르다.
흰색의 천들과 하나의 검은색 천, 그리고 흰색의 소품들로만 이루어졌다.
흰색의 무대장치들은 각각의 장면에서 다른 의미를 지닌 사물로 변한다.
예를 들면 1막에서의 발코니는 2막에서의 티볼트의 죽음의 장소로 사용된다.
또 하나, 3막에서의 줄리엣의 침실은 같은 3막의 마지막에선 줄리엣의 무덤으로 변한다.
이처럼 의미의 연장선으로 보자면 발코니와 침실은 둘 다 사랑과 죽음의 장소로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대장치들은 각 장면들마다 변화를 보인다. 좌우상하로 움직이면서 독특한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정말로 환상적인 색들을 만들어 내었다. 깊은 어둠의 색부터 사랑스런 색, 기쁨에 넘치는 색 등등!!!
안무는 매우 독특하다. 물론 난 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몇 번 보아온 그 동안의 발레스타일과 비교할 뿐이다.
각각의 몸동작들은 보아오던 발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치 현대의 브레이크 댄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판토마임을 연상하게도 한다. 한없이 흐늘거리는 지젤의 몸짓도 아니요, 슬픔에 몸부림치는 오데뜨의 몸짓도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마땅한 표현이 나로선 무리가 있는 듯하다.
빠른 춤 사이로 너무나도 느긋히 지나가는 로렌스 신부의 대비적 효과, 그리고 티볼트의 죽음에서의 빠른 음악을 무색케 하는 슬로우모션적인 춤. 현대적 분위기임엔 틀림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랑을 다룬 다른 발레와는 달리 육체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로미오의 친구들인 머큐쇼와 벤볼리오는 줄리엣의 유모에게 짓굿게 장난친다. 바로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짐작컨대 3-4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장면에서도 나타난다. 1막의 그 유명한 '발코니 2인무'에서 깊은 키스장면들, 로미오가 티볼트를 죽이고 떠나기 전의 줄리엣의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 마지막으로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마지막 이별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 정말 아름다운 춤들이며 이 발레의 대표적인 3개의 장면이기도 하다.
작품 속의 인물도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로미오는 원작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로미오에겐 줄리엣 이전에 사랑을 느낀 로잘린이란 여자가 있다. 아마도 남자의 쉬운 사랑을 대변하는 듯 하다.
줄리엣은 정말 현대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안무에 충실하려는 듯, 아니면 현대적인 여성상을 표현하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의 청순하고 아름답기만 한 줄리엣은 죽었다. 사랑을 느낀 순간 먼저 키스를 하고, 로미오를 자신의 침실로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티볼트의 죽음에선 로미오를 질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결국엔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고 죽음에 이른다.
마담 캐플릿(줄리엣의 어머니)도 모성적인 어머니만은 아니다. 안무가인 마이요의 말에 따르면 이 안무에서는 줄리엣의 아버지를 등장시키지 않고 캐플릿 부인으로 하여금 모성과 부성을 다 갖추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 역시 현대 여성의 부각을 나타내려는 것 같다.
티볼트는 단순히 줄리엣의 사촌오빠가 아니다. 사촌오빠이면서 줄리엣을 사랑한다. 그래서 로미오의 출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저지한다. 근친상간의 현대적 병폐를 표현했음이다.
신부 로렌스도 이 작품에선 색다른 인물로 묘사된다. 원작에선 사랑을 승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두 사람을 돕지만 이 발레에서는 사제 자신이 줄리엣을 사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에서도 사랑을 엮어주려다가 실패하게 된다. 그러나 로렌스 신부는 마치 결과가 비극이란 것을 미리 알고있는 듯 하다. 또한 로렌스 신부는 이 발레의 전반적인 모든 스토리를 통제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시키기도 하고 회상하기도 하며, 미리 예견하기도 하고 스로우모션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善에서부터 모든 일들을 진행시킨다.
착한 일을 하려던 것이 뜻하지 않게 잘못되는 경우를 표현한 듯 하다.
이젠 음악에 대해 잠시 언급하려 한다.
이 곡은 러시아의 현대 작곡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했다. 로미오의 동기, 줄리엣의 동기, 사랑의 동기 등 많은 라이트모티프(유도동기)를 사용하였다. 즉 로미오를 묘사한 곡, 줄리엣을 묘사한 곡, 사랑을 묘사한 곡 등등을 엮어서 완성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의 전주곡을 잘 들어보면 이 세 가지의 동기들이 다 나온다. 너무 아름답고 감미로운 곡이다. 때론 힘차며 역동적이기도 하다.
자 이젠 내가 본 2002.10.26 PM8:00의 공연을 이야기할 때이다.
로미오 : 장운규
줄리엣 : 김주원
마담 캐플릿 : 조주현
로렌스 신부 : 이원국
티볼트 : 최세영
이상이 주요 배역이다.
지휘 : 니콜라스 브로쇼(프랑스)
연주 : 코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말 아쉬운 것은 늦게 도착해서 전주곡을 포함한 15분 여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늦은 이유는 길이 막혀서가 아닌 내가 길을 헤매었다는 것이다. 담부턴 차가 막히더라도 아는 길로 갈 것이리라 굳게 다짐한 날이기도 하다. 차가 막혀서 늦었다면 좀 나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도로 위에서 헤매었다는 것이 정말 창피하고 화나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도착해서 바로 1층 box석으로 안내 받아 들어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막의 그 유명한 발코니 2인무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아름다운 춤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장운규와 김주원 두 커플은 정말 무용수가 아닌 배우이다. 얼굴표정도 보이지 않는 그 먼 자리에서도 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무리한 듯 한 티켓도 구입했건만!!~~~ (티켓 갚을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엔 부푼 기대감에 빨리 자리에 앉고 싶었다. 1층 4열이란 앞자리에 앉아서 무용수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을까?
2막은 티볼트가 죽는 장면이다. 심술굿은 벤볼리오와 머큐쇼는 유모를 계속해서 놀려대고, 유모는 로미오를 찾아내어 계획이 담겨있는 편지를 건넨다. 또한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하는 듯한 인형극이 관객을 웃기기도 했다. 즉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게되는 장면을 인형극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 인형극을 주도한 사람이 다름아닌 로렌스 신부임을 주목하게 한다. 로렌스 신부는 앞으로의 일을 미리 예견하였으면서도 추진해 나갔던 것인가? 인형극은 매우 독특한 묘사였다. 무용수들이 머리에 인형을 쓰고, 무용수들의 팔과 손은 그 인형의 팔과 손이 된다. 모양새만으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데, 그 동작들도 정말 웃겼다.
코믹연기??
다시 발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로렌스 신부의 주도하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로미오는 이젠 한식구가 된 티볼트와 잘 지내려 하지만 티볼트가 친구인 머큐쇼를 죽임으로써 이 이야기는 급반전을 보인다. 정의감과 의리감에 휩싸인 로미오는 티볼트를 죽이게 된다. 바로 이 장면이 이에서 언급했던 스로우모션의 장면이다. 음악은 휘몰아치는데 춤동작들은 슬로우로 진행된다.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이 장면은 명장면 중의 하나이다. 무용수들이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는데도 흐트러짐이 없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울 뿐이다.
이젠 마지막 3막이다. 줄리엣은 로미오를 질책하며 따귀를 내리친다. 근데 여자무용수가 정말로 때린 것일까 짝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음은 어찌된 일인지...
이 대목은 로미오가 도피하기 전에 줄리엣을 찾아온 대목이다. 다시금 사랑의 동기가 흐르며 이 둘은 사랑을 나눈다. 미성년자는 관람불가이다. 헌대도 내 뒤엔 두 명의 어린 아이가 떡하니 관람하고 있음은 어찌된일??? 키스장면 가슴을 만지는 장면 침대위로 둘이 쓰러지는 장면들... 조금 민망했음~~~
이 장면에서 줄리엣을 맡은 김주원의 표정이 조금씩 보였다. 기쁘면서도 슬픈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4월의 지젤에서처럼...
드디어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에게 부탁하여 잠드는 약을 먹고 쓰러진다. 지하의 무덤에 누워있는 줄리엣에게 마치 달빛이 비치는 것처럼 환한 조명이 비추인다. 그 뒤로는 음침한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장례의 행렬이 지나간다. 정말 놀라운 조화이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어도 그 효과는 뛰어나고도 남음이다. 안무가의 천재성이 느껴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도 말이다.
로이오가 찾아온다. 바로 줄리엣의 무덤으로... 흐느끼는 로미오. 장운규의 절규어린 표정과 몸짓.. 몸서리처진다. 줄리엣의 마지막 온기를 느끼려는 듯 죽은 듯이 누워있는 줄리엣의 입술에 입맞추는 장면은 최고이다. 허무하다. 줄리엣을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깨울수는 없다. 자결하는 로미오..
음악은 산음하다. 조용히 무덤 뒤에서 나타난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을 깨우고 죽은 로미오를 본 줄리엣의 그 심정은 어떠할까.. 마침내 결심한 줄리엣은 로미오의 선혈을 담아 자결한다. 이 장면에서 로미오의 피는 빨간 색의 끈으로 표현된다. 바로 이 끈으로 줄리엣을 목을 감아 자결한다. 마치 로미오의 일부를 감싸안듯 말이다. 막이 내린다.

박수소리는 기대보다 크지는 않았다. 나도 그랬었다. 뭔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현대발레라는 특성이 작용한 것일까? 관객들이 이해하기엔 좀 힘들었던 것일까? 그래도 여전한 것은 장운규와 김주원, 그리고 이원국의 인사엔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위대하다.'라는 의미일까?
계속되는 박수에 안무가인 마이요, 조안무가, 그리고 지휘자, 김긍수 단장이 차례로 인사를 하였다. 마지막 인사는 주인공인 장운규와 김주원이 장식하며 오페라 하우스의 실내엔 불이 들어왔다.
단정하고 깔끔한 연주를 들려준 코리언 심포니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마도 지휘자인 브로쇼의 지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앞으로도 이런 연주가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체적으로 색다르고 분위기 있는 공연이었다. 음악은 음악대로 춤은 춤대로 대단했다. 완벽하다고는 못하겠으나 지적할 만한 부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저 대단했던 공연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경험~~!!
오늘은 어제의 공연을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다. 미처 다 읽지 못한 팜플릿도 보면서... 음악을 통해서 어제의 장면들이 기억난다. 음악이 더욱 멋지게 들린다. 미처 들리지 않았던 선율들도 생겨난다. 아 이 장면이어서 이런 음악이 흐르는구나!! ~~~
마지막 3막의 종결곡에선 눈시울이 조금 젖어들기도 한다. 난 남자가 아닌가 보다.
우선 고전소설을 현대발레화 하였다는 점을 첫째로 꼽는다.
두 번째로 현대적인 춤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는 무대장치의 신비로움이었다.
위 공연은 다름 아닌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말하는 것이다.
1960년 태생의 프랑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안무로, 2000년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었다.
국립발레단의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서만 알고있었던 색다른 발레의 진수를 정말로 맛있게 맛보았다.
우선 무대장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무대와는 전혀 다르다.
흰색의 천들과 하나의 검은색 천, 그리고 흰색의 소품들로만 이루어졌다.
흰색의 무대장치들은 각각의 장면에서 다른 의미를 지닌 사물로 변한다.
예를 들면 1막에서의 발코니는 2막에서의 티볼트의 죽음의 장소로 사용된다.
또 하나, 3막에서의 줄리엣의 침실은 같은 3막의 마지막에선 줄리엣의 무덤으로 변한다.
이처럼 의미의 연장선으로 보자면 발코니와 침실은 둘 다 사랑과 죽음의 장소로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대장치들은 각 장면들마다 변화를 보인다. 좌우상하로 움직이면서 독특한 조명과 함께 어우러져 정말로 환상적인 색들을 만들어 내었다. 깊은 어둠의 색부터 사랑스런 색, 기쁨에 넘치는 색 등등!!!
안무는 매우 독특하다. 물론 난 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몇 번 보아온 그 동안의 발레스타일과 비교할 뿐이다.
각각의 몸동작들은 보아오던 발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치 현대의 브레이크 댄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판토마임을 연상하게도 한다. 한없이 흐늘거리는 지젤의 몸짓도 아니요, 슬픔에 몸부림치는 오데뜨의 몸짓도 아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마땅한 표현이 나로선 무리가 있는 듯하다.
빠른 춤 사이로 너무나도 느긋히 지나가는 로렌스 신부의 대비적 효과, 그리고 티볼트의 죽음에서의 빠른 음악을 무색케 하는 슬로우모션적인 춤. 현대적 분위기임엔 틀림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랑을 다룬 다른 발레와는 달리 육체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로미오의 친구들인 머큐쇼와 벤볼리오는 줄리엣의 유모에게 짓굿게 장난친다. 바로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짐작컨대 3-4번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장면에서도 나타난다. 1막의 그 유명한 '발코니 2인무'에서 깊은 키스장면들, 로미오가 티볼트를 죽이고 떠나기 전의 줄리엣의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 마지막으로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마지막 이별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 정말 아름다운 춤들이며 이 발레의 대표적인 3개의 장면이기도 하다.
작품 속의 인물도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로미오는 원작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로미오에겐 줄리엣 이전에 사랑을 느낀 로잘린이란 여자가 있다. 아마도 남자의 쉬운 사랑을 대변하는 듯 하다.
줄리엣은 정말 현대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안무에 충실하려는 듯, 아니면 현대적인 여성상을 표현하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 이상의 청순하고 아름답기만 한 줄리엣은 죽었다. 사랑을 느낀 순간 먼저 키스를 하고, 로미오를 자신의 침실로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티볼트의 죽음에선 로미오를 질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결국엔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고 죽음에 이른다.
마담 캐플릿(줄리엣의 어머니)도 모성적인 어머니만은 아니다. 안무가인 마이요의 말에 따르면 이 안무에서는 줄리엣의 아버지를 등장시키지 않고 캐플릿 부인으로 하여금 모성과 부성을 다 갖추고 있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 역시 현대 여성의 부각을 나타내려는 것 같다.
티볼트는 단순히 줄리엣의 사촌오빠가 아니다. 사촌오빠이면서 줄리엣을 사랑한다. 그래서 로미오의 출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저지한다. 근친상간의 현대적 병폐를 표현했음이다.
신부 로렌스도 이 작품에선 색다른 인물로 묘사된다. 원작에선 사랑을 승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두 사람을 돕지만 이 발레에서는 사제 자신이 줄리엣을 사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에서도 사랑을 엮어주려다가 실패하게 된다. 그러나 로렌스 신부는 마치 결과가 비극이란 것을 미리 알고있는 듯 하다. 또한 로렌스 신부는 이 발레의 전반적인 모든 스토리를 통제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시키기도 하고 회상하기도 하며, 미리 예견하기도 하고 스로우모션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善에서부터 모든 일들을 진행시킨다.
착한 일을 하려던 것이 뜻하지 않게 잘못되는 경우를 표현한 듯 하다.
이젠 음악에 대해 잠시 언급하려 한다.
이 곡은 러시아의 현대 작곡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했다. 로미오의 동기, 줄리엣의 동기, 사랑의 동기 등 많은 라이트모티프(유도동기)를 사용하였다. 즉 로미오를 묘사한 곡, 줄리엣을 묘사한 곡, 사랑을 묘사한 곡 등등을 엮어서 완성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의 전주곡을 잘 들어보면 이 세 가지의 동기들이 다 나온다. 너무 아름답고 감미로운 곡이다. 때론 힘차며 역동적이기도 하다.
자 이젠 내가 본 2002.10.26 PM8:00의 공연을 이야기할 때이다.
로미오 : 장운규
줄리엣 : 김주원
마담 캐플릿 : 조주현
로렌스 신부 : 이원국
티볼트 : 최세영
이상이 주요 배역이다.
지휘 : 니콜라스 브로쇼(프랑스)
연주 : 코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말 아쉬운 것은 늦게 도착해서 전주곡을 포함한 15분 여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늦은 이유는 길이 막혀서가 아닌 내가 길을 헤매었다는 것이다. 담부턴 차가 막히더라도 아는 길로 갈 것이리라 굳게 다짐한 날이기도 하다. 차가 막혀서 늦었다면 좀 나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도로 위에서 헤매었다는 것이 정말 창피하고 화나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도착해서 바로 1층 box석으로 안내 받아 들어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막의 그 유명한 발코니 2인무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아름다운 춤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장운규와 김주원 두 커플은 정말 무용수가 아닌 배우이다. 얼굴표정도 보이지 않는 그 먼 자리에서도 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무리한 듯 한 티켓도 구입했건만!!~~~ (티켓 갚을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엔 부푼 기대감에 빨리 자리에 앉고 싶었다. 1층 4열이란 앞자리에 앉아서 무용수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살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을까?
2막은 티볼트가 죽는 장면이다. 심술굿은 벤볼리오와 머큐쇼는 유모를 계속해서 놀려대고, 유모는 로미오를 찾아내어 계획이 담겨있는 편지를 건넨다. 또한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하는 듯한 인형극이 관객을 웃기기도 했다. 즉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게되는 장면을 인형극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 인형극을 주도한 사람이 다름아닌 로렌스 신부임을 주목하게 한다. 로렌스 신부는 앞으로의 일을 미리 예견하였으면서도 추진해 나갔던 것인가? 인형극은 매우 독특한 묘사였다. 무용수들이 머리에 인형을 쓰고, 무용수들의 팔과 손은 그 인형의 팔과 손이 된다. 모양새만으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데, 그 동작들도 정말 웃겼다.
코믹연기??
다시 발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로렌스 신부의 주도하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로미오는 이젠 한식구가 된 티볼트와 잘 지내려 하지만 티볼트가 친구인 머큐쇼를 죽임으로써 이 이야기는 급반전을 보인다. 정의감과 의리감에 휩싸인 로미오는 티볼트를 죽이게 된다. 바로 이 장면이 이에서 언급했던 스로우모션의 장면이다. 음악은 휘몰아치는데 춤동작들은 슬로우로 진행된다.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이 장면은 명장면 중의 하나이다. 무용수들이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는데도 흐트러짐이 없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도 놀라울 뿐이다.
이젠 마지막 3막이다. 줄리엣은 로미오를 질책하며 따귀를 내리친다. 근데 여자무용수가 정말로 때린 것일까 짝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음은 어찌된 일인지...
이 대목은 로미오가 도피하기 전에 줄리엣을 찾아온 대목이다. 다시금 사랑의 동기가 흐르며 이 둘은 사랑을 나눈다. 미성년자는 관람불가이다. 헌대도 내 뒤엔 두 명의 어린 아이가 떡하니 관람하고 있음은 어찌된일??? 키스장면 가슴을 만지는 장면 침대위로 둘이 쓰러지는 장면들... 조금 민망했음~~~
이 장면에서 줄리엣을 맡은 김주원의 표정이 조금씩 보였다. 기쁘면서도 슬픈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4월의 지젤에서처럼...
드디어 줄리엣은 로렌스 신부에게 부탁하여 잠드는 약을 먹고 쓰러진다. 지하의 무덤에 누워있는 줄리엣에게 마치 달빛이 비치는 것처럼 환한 조명이 비추인다. 그 뒤로는 음침한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장례의 행렬이 지나간다. 정말 놀라운 조화이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어도 그 효과는 뛰어나고도 남음이다. 안무가의 천재성이 느껴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도 말이다.
로이오가 찾아온다. 바로 줄리엣의 무덤으로... 흐느끼는 로미오. 장운규의 절규어린 표정과 몸짓.. 몸서리처진다. 줄리엣의 마지막 온기를 느끼려는 듯 죽은 듯이 누워있는 줄리엣의 입술에 입맞추는 장면은 최고이다. 허무하다. 줄리엣을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깨울수는 없다. 자결하는 로미오..
음악은 산음하다. 조용히 무덤 뒤에서 나타난 로렌스 신부는 줄리엣을 깨우고 죽은 로미오를 본 줄리엣의 그 심정은 어떠할까.. 마침내 결심한 줄리엣은 로미오의 선혈을 담아 자결한다. 이 장면에서 로미오의 피는 빨간 색의 끈으로 표현된다. 바로 이 끈으로 줄리엣을 목을 감아 자결한다. 마치 로미오의 일부를 감싸안듯 말이다. 막이 내린다.

박수소리는 기대보다 크지는 않았다. 나도 그랬었다. 뭔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현대발레라는 특성이 작용한 것일까? 관객들이 이해하기엔 좀 힘들었던 것일까? 그래도 여전한 것은 장운규와 김주원, 그리고 이원국의 인사엔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위대하다.'라는 의미일까?
계속되는 박수에 안무가인 마이요, 조안무가, 그리고 지휘자, 김긍수 단장이 차례로 인사를 하였다. 마지막 인사는 주인공인 장운규와 김주원이 장식하며 오페라 하우스의 실내엔 불이 들어왔다.
단정하고 깔끔한 연주를 들려준 코리언 심포니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마도 지휘자인 브로쇼의 지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앞으로도 이런 연주가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체적으로 색다르고 분위기 있는 공연이었다. 음악은 음악대로 춤은 춤대로 대단했다. 완벽하다고는 못하겠으나 지적할 만한 부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저 대단했던 공연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경험~~!!
오늘은 어제의 공연을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다. 미처 다 읽지 못한 팜플릿도 보면서... 음악을 통해서 어제의 장면들이 기억난다. 음악이 더욱 멋지게 들린다. 미처 들리지 않았던 선율들도 생겨난다. 아 이 장면이어서 이런 음악이 흐르는구나!! ~~~
마지막 3막의 종결곡에선 눈시울이 조금 젖어들기도 한다. 난 남자가 아닌가 보다.